공공 입찰 제안서 팀장의 하루는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월요일 아침 9시에 출근해 RFP를 열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7시다. 오늘 한 일이 정리가 안 된다. 팀원에게 섹션 배분은 했고, 요구사항 일부는 엑셀에 정리했고, 초안 두 장은 봤고, 일정 미팅은 끝냈다. 그런데 다음 주 마감까지 제안서가 제대로 나올지 확신이 안 선다.
이 장면이 바뀔 수 있을까. AI가 초안을 잡아주는 환경에서 제안서 팀장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글에서는 "자동화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실제 하루를 대비해서 풀어본다.
9:00 — RFP 분석
자동화 없는 날. 팀장은 RFP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200페이지. 요구사항 30개를 엑셀에 일일이 옮겨 적고, 평가 기준과 배점을 따로 표로 정리한다. 점심 전까지 이 작업이 끝난다.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 회사가 뭘 강조해야 할지"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자동화 있는 날. 팀장은 RFP를 Contrl에 업로드한다. 3분 뒤 요구사항 리스트, 평가 기준, 과업 범위가 구조화된 리포트로 돌아온다. 9시 10분부터 팀장은 이미 "전략을 설계하는 시간"에 들어간다.
10:00 — Win Theme 잡기
자동화 없는 날. Win Theme은 여전히 머릿속에만 있다. 아직 팀원들과 공유하지 못했고, 본인도 확신이 없다. 선배 PM에게 전화해서 의견을 구하고, 과거 유사 사업 3건을 찾아 읽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다.
자동화 있는 날. Contrl이 RFP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Win Theme 후보 3개를 제안한다. 각 후보마다 "왜 이 방향이 이 사업에 맞는지"의 근거가 달려 있다. 팀장은 후보를 검토하고, 발주처 담당자 사전 미팅 메모를 대조해 가장 맞는 방향을 선택한다. 수정할 부분은 메시지를 다듬는다. 10시 30분에는 Win Theme이 확정되어 있다.
11:00 — 팀원 섹션 배분
자동화 없는 날. 팀장이 과거 제안서와 새 RFP를 비교해 섹션별 담당자를 배정한다. 섹션당 슬라이드 수를 얼마로 잡을지, 배점에 맞게 분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팀원들에게 설명하고 슬랙에 공유하면 점심이다.
자동화 있는 날. Contrl이 생성한 목차 초안과 섹션별 권장 슬라이드 수가 이미 나와 있다. 팀장은 이 초안을 보고 담당자 이름만 옆에 붙인다. 팀원들은 섹션 초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AI가 만든 1차 버전을 볼 수 있다. 배분 회의는 15분이면 끝난다.
14:00 — 오후, 품질 검토
자동화 없는 날. 팀원들이 오후에 초안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팀장은 각 섹션이 Win Theme과 연결되는지, RFP 요구사항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하나씩 확인한다. 빨간펜으로 수정 지시하고, 중요한 섹션은 본인이 직접 고친다. 저녁이 다가온다. 오늘도 결국 "초안 검토"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자동화 있는 날. 초안은 이미 아침에 AI가 만들어둔 1차 버전이 있다. 팀원들은 그 초안을 받아 사람 손을 거친 2차 버전을 가져온다. 팀장은 2차 버전의 전략적 흐름, 고객 톤, Win Theme 관통성을 검토한다. "기초 작업"은 AI가 한 번 거쳤기 때문에, 팀장의 검토는 상위 레벨로 올라간다. 오후 4시쯤에는 모든 섹션의 2차 버전이 확보된다.
17:00 — 일찍 퇴근할 수 있는가
자동화 없는 날. 팀장은 오늘의 잔업을 예측한다. 집에 가서도 노트북을 열어 섹션 몇 개를 다시 손볼 것이다. 이런 날이 공고부터 마감까지 8영업일 내내 이어진다.
자동화 있는 날. 팀장은 5시에 마지막 섹션 검토를 끝내고 다음 날 회의 자료를 정리한다. 다음 날 계획이 명확하다. "모레까지 3차 검토 완료, 금요일에 내부 리허설, 월요일 제출 전 최종 점검". 이 계획이 지켜질 확률이 올라간다. 초과근무가 줄어든 만큼, 팀원들도 다음 제안서를 준비할 여력이 생긴다.
진짜 차이는 "시간 절약"이 아니다
AI 자동화의 진짜 가치는 팀장의 하루에서 사라진 3시간이 아니다. 그 3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진짜다. 전에는 못 했던 2차 내부 리허설, 빠뜨렸던 경쟁사 분석 업데이트, 사전 미팅 한 번 더. 이런 것들이 추가되면 같은 팀이 같은 RFP에 대해 내놓는 제안서의 품질이 달라진다.
"제안서를 더 빨리 만든다"는 절반의 가치다. 나머지 절반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제안서를 높은 품질로 소화한다"는 것. 연간 10건 제안서 쓰던 팀이 20건을 수주 품질로 소화하게 되는 순간, 조직의 수주 기반 자체가 확장된다.
자동화로 바뀌는 팀장의 역할
과거 제안서 팀장은 "원고 관리자"에 가까웠다. 팀원 초안을 모으고, 형식을 통일하고, 빠진 항목을 점검하는 일. 자동화가 들어오면 이 역할이 "전략 판단자"로 이동한다. Win Theme의 타당성, 고객 톤의 적절성, 섹션 간 메시지 일관성 같은 상위 판단에 시간을 집중한다.
이 이동은 업무가 편해지는 동시에 책임이 무거워지는 방향이다. 기계적 작업은 AI가 대신해주지만, 전략 판단은 오로지 팀장 몫이다. Contrl이 있든 없든, 최종 제안서의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결국 사람의 판단에 남아 있다.



